충동지원 싱가포르 교환학생에 지원한 건 정말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원래는 다른 나라에 갈 생각이었다. 그 국가에서 공부하고 싶은 나름의 목표가 있었다. 눈앞엔 이미 잘 짜인 계획표가 있었고 나는 그대로 따라갈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공지사항에 뜬 싱가포르 교환학생 공고를 보고 손가락이 먼저 움직였다. 싱가포르란 나라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었음에도...
* 불안을 느끼며 겪었던 감정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혹여 트리거 요소가 될 수 있어 미리 안내해 드립니다. 1. 미치겠다. 미치겠네. 미칠 것 같지 않은 때에도 그런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수학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5번인데 답지에는 4번이라고 나와 있을 때. 배터리가 남아 있는 시계를 아무리 조작해봐도 ...
취업을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시되는 스펙은 인턴이 아닐까? 실무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선호하는 기업이 증가함에 따라, 취업 준비생들은 인턴 경험을 쌓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비상경 문과인 나로선 인턴 기회가 매우 간절했다. 그래서 열심히 자격증을 취득했다. 며칠을 투자해 이력서와 자소서를 고치고 또 고쳐 제출했다. 간혹 과제를...
글을 쓰며 대학 생활을 조금씩 정리할수록 또 다시 이런저런 감정이 자라난다.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힘들었던 시기를 이겨낸 것에 스스로를 토닥이기도 한다. 대학 생활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워한다. 그런데 지금 머릿속을 가장 강하게 지배하는 감정은 '아쉬움'이다. 귀가 얇은 편인 나는 주변 사람의 말만 듣고 쉽게 포기한 ...
학교를 n년 다니면 웬만한 건 다 익숙해지지만, 해도 해도 적응 안 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수강신청이다. 할 때마다 새롭다. 몇 달 간격으로 하다 보니까 기억에서 금방 사라진다. 팝업 차단을 해야 했던가?? 새로고침을 몇 초에 해야 하더라? 그건 나만의 고민이 아니었는지 수강신청 당일에는 비슷한 질문으로 학교 커뮤니티가 북새통을 이룬다. cf. 정규학기...
한국인을 고문하는 방법 중 하나가 인터넷 속도를 낮추는 거라던데. 런던에 가는 기차에서 신선한 경험을 했다. 특정 구간에서 데이터가 안 터졌다. 나는 여행을 온 것이라 창밖 너머를 구경하기 바빴지만 현지 사람들은 어떻게 이걸 버티는 것일지 궁금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주로 책을 읽거나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많았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지하철에서 자주 보였...
우버를 부르는 건 성공했는데 만나는 장소를 찾지 못해 버벅거리던 무렵이었다. "도움 필요하세요?" 키가 매우 큰 공항 직원이 내게 다가와 먼저 말을 건넸다. 서양에 나가면 인종차별을 밥 먹듯이 당할 수 있단 말을 많이 들었던 데다가 덩치까지 큰 사람이 가까워지자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위압감이 들었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악의 없는 미소를 보자 조...
예상과 다르게 꽤 흔쾌히(?) 휴학 승낙을 받아냈지만 역시 우리 집에서 휴학생은 환영받지 못했다. 평소랑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다가도 집이 집 같지가 않았다.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 한심하다는 눈빛을 받는 건 일상이었고, 그렇게 약해서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냐는 핀잔도 들었다. 좋아하는 언어를 공부해볼까 하고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그런 걸 어디에...
이미 마음속으론 휴학을 결심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던 날이었다. 친구와 같은 건물에서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는 내 얘기를 듣더니 아주 잘 되었다며 축하해주었다. "그래. 너 저번에 마주쳤을 때도 너무 힘들어 보였어." "그래서 휴학을 할까 해." "해! 그거 되게 쉬워. 학교 행정 시스템 들어가서 휴학 클릭하고 사유 선택하면 끝이던데...
* 중간에 번아웃을 겪으며 느낀 감정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혹여 트리거 요소가 될 수 있을까 하여 미리 안내 드립니다! '이게 정녕 올클*하여 만든 내 자랑스러운 시간표란 말인가.' *올클: all clear의 약자로, 수강신청에서 원하는 강의를 모두 성공적으로 신청한 것을 의미한다. 새 학기가 되고 수업에 몇 번 들어가자 든 생각이다. 이상했다. 나는 듣...
팀 프로젝트. 조별 과제. 사실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우리는 수많은 조별 과제들을 수행해왔다. 협동심, 문제해결력, 사회성.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이 세 가지 능력을 개발하도록 여러 활동을 장려하셨다. 모둠 활동, 합창, 운동회, 학예회 …. 우리도 나름 팀플 전문가인 셈이다. 웹툰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을 보며 학창 시절을 보낸 나는...
입학 후 며칠이 흘렀다. 이제 나름 수업이 있는 교실까지 익숙하게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다른 건물은 여전히 낯설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학교 탐방에 나섰다. 마치 맛집 도장깨기처럼, 학교 건물을 하나하나 정복하고 싶었다. 공강 시간을 이용해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한 손엔 학교 카페에서 최고로 인기 있는 음료를 야무지게 쥔 채로. 걷다가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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